킬리안 리에종 데인저러스 리뷰 : 불호인데도 소장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

킬리안(Kilian)의 베스트셀러, 리에종 데인저러스 (Liaisons Dangereuses, typical me) 시향기를 시작합니다. 이름부터 매혹적인 이 ‘어른 복숭아’ 향수는 한동안 세계적인 품절 대란을 겪으며 많은 향수 마니아들의 애를 태웠는데요. 어렵게 구한 만큼 단순히 향기에 대한 평가를 넘어, 제가 느낀 입체적인 향조 변화와 실제 착향 시 느꼈던 솔직한 감상까지 상세히 담아보겠습니다.

[Today’s Review 🍑]

1.킬리안 리에종 데인저러스, 전 세계 품절 대란의 기록.

2.기대와 달랐던 시향기: ‘강아지 샴푸’ 같았던 첫인상 (feat.향조 분석)

3.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결제 버튼을 누른 이유

4.뿌리는 날마다 물어보는 주변 사람들의 리얼 반응

5.킬리안 리에종 데인저러스: 이름 그대로 ‘위험한 관계’가 된 마무리

1.킬리안 리에종 데인저러스, 세계적인 품절 대란의 기록

킬리안의 리에종 데인저러스 티피컬 미 (50ml) 향수

“향덕에게 품절이란, 세상이 멈추는 것과 같습니다.”

유난인 것 같지만, 향덕 입장에서는 매우 심각한 일입니다. 향덕 입장에서 구하고 싶은 향수를 구할 수 없다는 것만큼 힘든 일이 있을까요? 맞이할 준비는 되었는데 도무지 구할 수가 없었죠. 지금은 물량이 다시 나와서 다행입니다만 한때는 장기 품절이었답니다. 오죽하면 ‘단종’인가 싶을 정도였죠.

국내 백화점 매장은 물론이고, 유명 직구 사이트나 해외 편집숍에서도 한동안 ‘Out of Stock’ 메시지만 봐야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저는 중고 매물로도 구해보려고 애썼지만 그냥 매물 자체가 없었습니다. 작년 11월 초까지 지구상에 킬리안 리에종 데인저러스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었죠.

사실 킬리안 리에종 데인저러스의 대체재를 찾아보려 다른 브랜드의 복숭아 향수들을 전전해 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킬리안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 특유의 관능적이고 성숙한 ‘어른 복숭아’ 느낌을 채워줄 수 있는 향수는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기다림만이 정답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죠.

[Dali’s Comment]

킬리안 공식 사이트부터 각종 쇼핑몰을 수시로 드나들며 재입고 알림을 켜두는 것은 일상이었습니다. 매일 밤 12시가 지날 때마다 ‘혹시 오늘은 들어왔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검색창을 두드렸죠. 오죽 답답했으면 AI에게 채팅으로 ‘킬리안 리에종 데인저러스 언제 재입고 될까?’라고 물어보기까지 했을까요. 그만큼 간절했던 기다림 끝에, 거의 포기하려던 찰나인 작년 11월 드디어 물량이 풀렸습니다.

2. 기대와 다른 시향기 (feat. 향조 분석)

기대와는 달랐던 킬리안 리에종 데인저러스 시향기

사실 재입고 소식을 듣기 전, 판교 현대백화점 킬리안 매장에서 미리 시향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요? 첫 시향의 느낌은 솔직히 ‘불호‘에 가까웠습니다.

어느 정도로 당황스러웠냐면, 코끝을 톡 쏘는 생소한 향이 마치 강아지 샴푸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제가 상상했던 달콤한 복숭아와는 거리가 멀었거든요. “이걸 정말 그 돈 주고 산다고?”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코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첫인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어차피 재고도 없으니 깔끔하게 포기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킬리안 리에종 데인저러스 언박싱 리뷰

킬리안이 설계한 오묘한 향의 구조: Plum, Rose, Vanilla

향조를 분석하다 보니, 왜 처음에 제가 자두와 블랙 커런트의 조합에서 톡 쏘는 불호를 느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킬리안의 리에종 데인저러스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가벼운 복숭아 향이 아닌 것 같습니다.

  • 자두(Plum)와 블랙 커런트의 농밀함: 잘 익다 못해 진득해진 자두의 달큰함이 베이스에 깔려 있습니다. 초반에 느껴진 톡 쏘는 느낌은 이 자두의 산미가 블랙 커런트 특유의 새큼함과 만나면서 극대화된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제라늄의 쌉싸름한 풀 내음이 섞여, ‘달콤한 과육’보다는 ‘덜 익은 과일의 껍질’ 같은 생경함을 주었던 것이죠.
  • 장미(Rose)의 관능미: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장미 향이 고개를 드는데, 생화의 파릇함보다는 아주 부드럽고 파우더리한 장미입니다. 이 장미가 자두와 섞이면서 흔한 과일 향수를 넘어선 우아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 바닐라(Vanilla)와 암브레트 시드의 반전: 제가 가장 놀랐던 건 베이스의 바닐라입니다. 인위적인 사탕 발림 같은 단내가 아니라, 암브레트 시드와 만나 살결에 아주 얇게 밀착되는 포근한 살결 향(Skin Scent)으로 변합니다. 바로 이 지점이 리에종의 진정한 매력이 시작되는 구간입니다.

(참고: 상세한 정보는 킬리안 해외 공식사이트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결국 이 향수는 제 기준에서는 초반에 극심한 불호를 선사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흔치 않은 잔향을 남겨주었습니다. 사실 첫인상이 워낙 강렬하게 별로였던 터라 잔향은 ‘그럭저럭 봐줄 만한 수준’이었지만, 그 묘한 잔향이 주는 희소성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더군요.

3.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결제 버튼을 누른 이유

킬리안 리에종 데인저러스 50ml 향수 보틀

결국 브랜드의 상징성과 소장 가치가 나의 ‘불호’를 이겼습니다.

저는 첫 향에 강렬한 불호 느낌 때문에 구매를 매우 망설였습니다. 그렇게 오매불망 기다렸는데, 재입고한 날에 쉽게 결제 버튼을 누를 수 없었습니다. 자꾸만 강아지 샴푸 향이 생각이 나서 도무지 구매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죠. 그럼에도 제가 구매한 이유는요.

첫째는 킬리안(Kilian)이라는 브랜드가 가진 상징성입니다. 킬리안의 ‘L’Oeuvre Noire(암흑의 예술)’ 컬렉션 중 하나인 이 향수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 같은 서사를 담고 있습니다. 내 취향에 완벽히 부합하지 않더라도, 이 브랜드가 지향하는 그 관능적이고 복잡한 세계관을 제 향수 장식장에 꼭 소장하고 싶다는 욕구가 더 컸던 것이죠.

둘째는 ‘대체 불가능한 희소성’ 때문입니다. 시중에 널린 흔한 복숭아 향수들은 많지만, 이토록 불친절하면서도 오묘한 ‘어른의 자두 향’을 내는 향수는 오직 킬리안뿐이었습니다. 흔한 향기도 아닐뿐더러, 이런 향은 갖고있지 않아서 소장 욕구를 자극했죠.

결국, 매일 뿌리지는 않더라도 이 귀한 바틀이 내 손 안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향덕으로서의 만족감은 충분했습니다. 불호를 이겨버린 소장 가치, 그것이 킬리안이 가진 무서운 힘이 아닐까 싶네요.

[Dali’s Comment]

킬리안의 ‘L’Oeuvre Noire(암흑의 예술)’ 컬렉션에는 이번에 구매한 리에종 데인저러스 외에도 ‘러브 돈 비 샤이’, ‘스트레이트 투 헤븐’ 등 매혹적인 라인업이 정말 많더군요. 비록 첫 만남은 조금 위험하고 낯설었지만, 이 컬렉션이 가진 깊이와 예술성을 경험하고 나니 다른 향수들은 또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벌써 궁금해집니다. 기회가 된다면 이 ‘암흑의 예술’ 라인업들을 하나씩 정복해서 제 향수 장식장을 킬리안으로 가득 채워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네요.

4. 뿌리는 날마다 물어보는 주변 사람들의 리얼 반응

“나에겐 불호, 남에겐 극호”의 역설

향수 매니아들 사이에서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은 역시 ‘호드백’을 받을 때일 겁니다. 저에게 리에종 데인저러스는 참 아이러니한 향수예요. 정작 뿌린 본인은 초반의 톡 쏘는 향에 코를 찡긋거리는데,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그 어느 향수를 뿌렸을 때보다 뜨거웠거든요.

이 향수를 뿌리고 나간 날, 평소 향수에 무심하던 친구가 갑자기 가까이 오더니 “너 오늘 향수 뭐 뿌렸어? 향 진짜 좋다.” 라며 이름을 물어보더군요. 심지어는 지나가던 동료가 “되게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향이 난다”고 구체적인 피드백을 주기도 했습니다.

제 코에는 ‘강아지 샴푸’ 같았던 그 묘한 자두와 제라늄의 조합이, 타인에게는 ‘지적이면서도 관능적인 아우라’로 느껴졌던 것이죠. 내가 느끼는 향과 남이 맡는 발향의 차이가 이렇게 클 수 있다는 걸 이 향수를 통해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결국 ‘불호’였던 제 마음도 이런 폭발적인 주변 반응 앞에서는 슬그머니 무장해제될 수밖에 없었네요.

하지만 저는 아직도 이 향수를 뿌릴 때마다 첫 향을 어떻게든 견뎌내며 “대체 왜 나만 불호인 건데?”라고 속으로 의문을 던지곤 합니다. 참 향수의 세계는 알다가도 모를 것 같습니다. 제 코가 정답인지, 남들의 코가 정답인지 알 수 없지만, 이 불확실함조차 향수가 주는 묘미가 아닐까요?

사실 처음 결제하고 나서는 ‘아, 괜히 샀나? 역시 후회되는데…’라는 감정이 수시로 들기도 했습니다. 내 코에 맞지도 않는 향수를 브랜드 네임과 소장 가치만 보고 덜컥 들인 게 아닌가 싶었거든요.

하지만 외출할 때마다 자꾸만 예상치 못한 ‘역대급 호드백’이 들려오니, 이제는 ‘그래도 구매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습니다. 정작 뿌린 본인은 의문을 갖는데, 보는 사람마다 감탄하는 이 아이러니함이라니요.

아무튼 구매 초반에 느꼈던 후회를 주변의 뜨거운 반응이 완벽하게 덮어준 셈입니다. 사실 앞으로도 제 코에서 이 향이 ‘호’로 바뀔 것 같진 않지만, 이런 주변 반응이 계속된다면 기꺼이 참고 쓸 의향이 생겨버리네요. 남들이 좋아하는 향을 입는 것도 향수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니까요.

5. 킬리안 리에종 데인저러스 : 이름 그대로 ‘위험한 관계’가 된 마무리

킬리안 리에종 데인저러스 향수 보틀과 패키지

글을 마치며: 이름 그대로 ‘위험한 관계’가 되어버린 향수

글을 맺으며 문득 이 향수의 풀 네임, ‘리에종 데인저러스, 티피컬 미(Liaison Dangereuse, Typical Me)‘를 떠올려 봅니다. ‘위험한 관계’라는 그 이름처럼, 저와 ‘킬리안 리에종 데인저러스, 티피컬 미’ 향수의 만남 역시 처음부터 결코 순탄치 않은 위험한 관계였던 것 같습니다.

첫 향의 강렬한 거부감(불호)을 뻔히 알면서도, 그 오묘한 잔향과 브랜드의 치명적인 매력에 이끌려 결국 결제 버튼을 누르고야 만 저의 모습. 어쩌면 킬리안은 향기뿐만 아니라, 불호마저 소장욕으로 바꿔버리는 이 위험한 심리전까지 모두 계산해서 이름을 지은 게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마저 듭니다. 정말 의도된거라면 킬리안 진짜 대단하다 싶어요.

저에게 이 향수는 단순한 ‘호’나 ‘불호’의 영역을 넘어섰습니다. 알면서도 빠져드는, 이름값 제대로 하는 가장 매혹적이고도 위험한 수집이었으니까요. 여러분에게도 혹시, 싫어하면서도 차마 거부할 수 없는 그런 ‘위험한 관계’의 향수가 있으신가요? 저랑 비슷한 경험이 있는 다른 분들의 경험도 궁금합니다!


본 포스팅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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